20년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약 세 시간 남짓 남겨둔 지금. 그동안 끄적여 놓은 기록들에 의존해 올해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이번 한 해 나는 무얼 하며 살았을까.라는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음. 왠지 한 게 없는 느낌이다. 질문을 다시 바꿔보았다.
"이번 한해 나는 무엇을 시도했을까?"
떠오르는 것들을 막무가내로 적어보았다. 약 9가지 정도가 나왔다. 나열하고 보니 가지 수도 적고 볼품없어 보여 좀 허무하다. 그래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대부분 계획이 틀어지거나 완수하지 못한 '실패한 것들'이다. 괜히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 문득, 그것들에 대해 기록하고 싶어졌다. 미완성으로 남은 것들이지만 내 일상에 크고 작게 변화를 준 시도란 생각이 들어서다. 좀 더 추려보니 나에게 의미 있는 실패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전세 살기 실패
월세지만 만족했다.
20년도는 꿈꿔왔던 독립을 실행한 해였다. 결정장애와 남을 못 믿는 성격으로 인해 꽤 많은 매물을 본 끝에 선택한 집이었다. 전셋집에 대한 공부부터 했건만 결국 최종 거주는 월세라니. 아쉬웠다. 그래도 확실히 깨달은 건 새로운 공간은 일상의 변화를 주고 그 변화로 인해 삶의 생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올해 초까지는 지겹게 달라붙은 무기력을 떼어내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사는 환경이 달라지자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여졌고 무기력도 잦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독립 이후부터 재테크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TV도 없었기 때문에 심심해서라도 뭘 끄적이고 기록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가계부나 투자 현황 리스트를 만든 것도 이때부터다. 뭐 아직 햇병아리인 수준이라 어설프지만 내 자산을 내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작은 바람은 올해 모은 돈을 끌어모아 내년엔 월세를 벗어나는 것. 남은 6개월 좀 더 뛰어보자.
2. 수익형 블로그 실패
지옥의 애드센스 승인 거절
부수입을 만들고자 티스토리를 처음 시작했다. '블로그로 돈 벌기 쉬워요'라는 후기와 콘텐츠들은 쏟아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첫 단추부터 꿰기가 힘든지... 수익형 블로그의 첫 단계인 애드센스 승인부터가 난관이었다.
1000자+30개의 포스팅 정도면 충분히 승인될 것이라 믿었는데 40개, 50개, 60개가 넘었는데도 돌아오는 답변은 "가치 없는 인벤토리 : 콘텐츠 없음" (메일 받을 때마다 발로 차고 싶었던... 기억이...)
티스토리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애드센스 승인을 받으면서 마음껏 기뻐했지만.... 날 약 올리듯 얼마 안 가 애드센스 승인 대란이 일어났다. (별도 심사 없이 모든 블로그를 승인 해줌.) 아무튼 올여름 첫 단계에 올라서려고 참 아등바등했던 것 같다. 그땐 무모하게 믿었다. 애드센스만 통과하면 부수입 쭉쭉 늘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블로그는 '수익형'이 아니라 '공부 기록장'이 되었다는 것을...
수익형 블로그 만들기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 블로그에 남긴 돈 공부는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 기업을 알고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홀로 고민한 시간들을 이 블로그에 오롯이 담았다. 글 솜씨가 서툴어 완성도는 부족하지만, 스스로 투자 이유를 찾았던 그 과정과 그 태도에 의미를 두려한다. 그리고 이 행동은 21년에도 이어갈 것이라 다짐한다.
3. 부수입 목표 달성 실패
부수입 멀고도 험한 길
부수입 500만 원이란 목표를 세우고 요즘 유행하는 부수입은 (유튜브 빼고) 웬만한 건 다 찔러본 것 같다. 티스토리 블로그부터 중고거래, 블로그 체험단, 앱테크, 쿠팡 파트너스 등등. 그런데 이번 한 해는 말 그대로 정말 찔러본 수준의 수익이었다. 수입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 실패는 아무래도 에너지 분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다 하면서 돈을 끌어모아보자'라 다짐했으나 '이것도 저것도 돈이 안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초보 블로거에겐 매일 포스팅하는 것도 벅찼고, 당근 거래할 중고품을 찾는 것도 번거로웠다. 블로그 체험단이나 쿠팡 파트너스는 네이버 블로거들에게 유리했다.
사실 위의 상황들은 초보들이 겪는 흔한 시행착오일 것이다. 그래서 비효율적이라 느끼면서도 그냥 했다. 원래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 생각하면서. 내년에는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한 군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움직이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마치며
솔직 담백하게 실패를 나열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20년도가 이제 두 시간 정도 남았다. 후우. 남은 시간에는 내년 계획을 하나씩 떠올려봐야겠다. 천천히 그리고 너무 완벽하지 않게.
이번 한 해 동안 이것저것 소소한 것들을 실패하면서 그래도 하나 배운 것이 있다. 계획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다 보면 늘 변수나 문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계획보다 실천이고, 실행하면서 마주하는 변수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때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1년도에는 새해 다이어리를 사지 않을 생각이다. 날짜를 직접 입력하면서 사용하는 플래너라 용지가 남아있기도 하고 '새해 맞이 새로운 다짐'보다 '작년 실패를 보정한 헌 다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다이어리는 필요하지 않다. 대신 2021년도 1월 플래너엔 이 문구를 새겨둘 예정이다.
"끊임없이 개선하는 느슨한 방식의 설계. 계획 수립보다는 '실험'을 많이 하는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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