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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은 성취 혹은 실패

2020년도 나의 실패들│결산 리뷰

by 리자까 2020. 12. 31.

 

 

 

 

 

 

 

 

 

 

20년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약 세 시간 남짓 남겨둔 지금. 그동안 끄적여 놓은 기록들에 의존해 올해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이번 한 해 나는 무얼 하며 살았을까.라는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음. 왠지 한 게 없는 느낌이다. 질문을 다시 바꿔보았다.

"이번 한해 나는 무엇을 시도했을까?"

 

 

떠오르는 것들을 막무가내로 적어보았다. 약 9가지 정도가 나왔다. 나열하고 보니 가지 수도 적고 볼품없어 보여 좀 허무하다. 그래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대부분 계획이 틀어지거나 완수하지 못한 '실패한 것들'이다.  괜히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 문득, 그것들에 대해 기록하고 싶어졌다. 미완성으로 남은 것들이지만 내 일상에 크고 작게 변화를 준 시도란 생각이 들어서다. 좀 더 추려보니 나에게 의미 있는 실패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전세 살기 실패

월세지만 만족했다. 

20년도는 꿈꿔왔던 독립을 실행한 해였다. 결정장애와 남을 못 믿는 성격으로 인해 꽤 많은 매물을 본 끝에 선택한 집이었다. 전셋집에 대한 공부부터 했건만 결국 최종 거주는 월세라니. 아쉬웠다. 그래도 확실히 깨달은 건 새로운 공간은 일상의 변화를 주고 그 변화로 인해 삶의 생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올해 초까지는 지겹게 달라붙은 무기력을 떼어내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사는 환경이 달라지자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여졌고 무기력도 잦아들었다.  

* 참고 포스팅 :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한 이유

 

뿐만 아니라 독립 이후부터 재테크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TV도 없었기 때문에 심심해서라도 뭘 끄적이고 기록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가계부나 투자 현황 리스트를 만든 것도 이때부터다. 뭐 아직 햇병아리인 수준이라 어설프지만 내 자산을 내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참고 포스팅 :1년 3천만 원 모으기 하반기 결산

 

작은 바람은 올해 모은 돈을 끌어모아 내년엔 월세를 벗어나는 것. 남은 6개월 좀 더 뛰어보자. 

 

 

 

 

 

 

 

 

 

 

2. 수익형 블로그 실패

지옥의 애드센스 승인 거절

부수입을 만들고자 티스토리를 처음 시작했다. '블로그로 돈 벌기 쉬워요'라는 후기와 콘텐츠들은 쏟아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첫 단추부터 꿰기가 힘든지... 수익형 블로그의 첫 단계인 애드센스 승인부터가 난관이었다.

1000자+30개의 포스팅 정도면 충분히 승인될 것이라 믿었는데 40개, 50개, 60개가 넘었는데도 돌아오는 답변은 "가치 없는 인벤토리 : 콘텐츠 없음" (메일 받을 때마다 발로 차고 싶었던... 기억이...) 

* 참고 포스팅 : 눈물의 애드고시 통과 후기

 

티스토리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애드센스 승인을 받으면서 마음껏 기뻐했지만.... 날 약 올리듯 얼마 안 가 애드센스 승인 대란이 일어났다. (별도 심사 없이 모든 블로그를 승인 해줌.) 아무튼 올여름 첫 단계에 올라서려고 참 아등바등했던 것 같다. 그땐 무모하게 믿었다. 애드센스만 통과하면 부수입 쭉쭉 늘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블로그는 '수익형'이 아니라 '공부 기록장'이 되었다는 것을... 

수익형 블로그 만들기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 블로그에 남긴 돈 공부는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 기업을 알고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홀로 고민한 시간들을 이 블로그에 오롯이 담았다. 글 솜씨가 서툴어 완성도는 부족하지만, 스스로 투자 이유를 찾았던 그 과정과 그 태도에 의미를 두려한다. 그리고 이 행동은 21년에도 이어갈 것이라 다짐한다.

 

 

 

 

 

 

 

 

 

 

3. 부수입 목표 달성 실패

부수입 멀고도 험한 길

부수입 500만 원이란 목표를 세우고 요즘 유행하는 부수입은 (유튜브 빼고) 웬만한 건 다 찔러본 것 같다. 티스토리 블로그부터 중고거래, 블로그 체험단, 앱테크, 쿠팡 파트너스 등등. 그런데 이번 한 해는 말 그대로 정말 찔러본 수준의 수익이었다. 수입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 실패는 아무래도 에너지 분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다 하면서 돈을 끌어모아보자'라 다짐했으나 '이것도 저것도 돈이 안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초보 블로거에겐 매일 포스팅하는 것도 벅찼고, 당근 거래할 중고품을 찾는 것도 번거로웠다. 블로그 체험단이나 쿠팡 파트너스는 네이버 블로거들에게 유리했다. 

*참고 포스팅 : 부수입 실패의 기록

*참고 포스팅 :부수입 성공의 기록

 

사실 위의 상황들은 초보들이 겪는 흔한 시행착오일 것이다. 그래서 비효율적이라 느끼면서도 그냥 했다. 원래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 생각하면서.  내년에는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한 군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움직이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마치며

솔직 담백하게 실패를 나열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20년도가 이제 두 시간 정도 남았다. 후우. 남은 시간에는 내년 계획을 하나씩 떠올려봐야겠다. 천천히 그리고 너무 완벽하지 않게. 

 

이번 한 해 동안 이것저것 소소한 것들을 실패하면서 그래도 하나 배운 것이 있다. 계획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다 보면 늘 변수나 문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계획보다 실천이고, 실행하면서 마주하는 변수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때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고 포스팅 : 신경 끄기의 기술

 

 

2021년도에는 새해 다이어리를 사지 않을 생각이다. 날짜를 직접 입력하면서 사용하는 플래너라 용지가 남아있기도 하고 '새해 맞이 새로운 다짐'보다 '작년 실패를 보정한 헌 다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다이어리는 필요하지 않다.  대신 2021년도 1월 플래너엔 이 문구를 새겨둘 예정이다. 

 

"끊임없이 개선하는 느슨한 방식의 설계. 계획 수립보다는 '실험'을 많이 하는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