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 내가 한 행동 중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실행계획서를 작성한 일이다.
월 초에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두고 월 말이면 실행여부를 체크하며 업데이트 하는 일을 약 8개월동안 지속하고 있다.
새해 첫 달인 1월에 4개에 불과했던 플랜들은 조금씩 누적되어 이젠 월 10개 정도의 미션을 기록하고 있다.
말이 실행계획서지,
사실 들여다 보면 서툴고 정돈되지 않은 엑셀시트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이 깨알같은 기록들이 의미가 있다.
조금씩 무기력에서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데,
최근 몇 년간은
많이 무기력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지치고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다고 자책하던 날들이 너무 오래 쌓여있다보니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없는 상태였다. 혼자 있어도 공허했고 함께 있어도 공허했다. 내가 맺는 모든 인간관계는 간혹 재밌었고 대게 허무하다고 느꼈다.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 생각을 하면서도 유튜브 동영상만 보며 주말을 보냈다.
최소한의 밥벌이,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유지한채 몇 년간을 그렇게 지냈다.
무기력증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은 몸은 그대로였고 미약한 우울이 지속되었다.
우습게도 변화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였다. 알고리즘을 통해 세바시 같은 강연이나 동기부여가 될만한 채널들을 우연히 보게되면서 미세하게 마음속 파동이 생겼다.
아주 조금씩 내면의 소리가 달라졌다.
'결과를 상상하지 말고 그냥 움직여보자. '
'사소해도 충만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더 이상 스스로를 그만 미워하자'
작은 것이라도
그냥 해보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정말 오랜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 선택이었고 그게 휴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년을 흘려보내보니 우습게도 무기력이 지겨워졌다. 원없이 무기력해보았기 때문에 미련없이 '하기'를 선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안에 어떤 감정이 있고 결국 그 끝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생각하지 않고 아주 사소한 것들을 하나씩 질러보기 시작했다.
업무상 영어를 쓰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좋았던 기억때문에 영작학원을 수강하기도 했고,
휘갈기며 기록했던 과거의 일기장도 펼쳐보았다.그저 풋풋한 열정만 있던 때를 상기시키고 싶었다. 방향은 몰랐지만 뛰느라 바빴던 그 때의 내가 그리웠다.
아주 조금씩 행동하게 되면서 다시 기록이 하고 싶어졌다.
과거의 나는 그 나이대에 주어지는 의례적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쓰기를 했다면
현재의 나는 피고용자를 벗어나기 위해 쓰기를 한다.
그리고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를 꿈꿨던 이십대의 난 약 8년 뒤 회사없이 돈버는 게 꿈이 되었다.
기록하고 실행한 것이
눈에 보여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기록하고, 어떻게든 시도해보고 확장된 목표를 다시 세우는 일련의 과정. 이 지겨울 것 같은 무한 루프가 놀랍게도 일상의 생기를 부여해주었다. 관심사는 점점 확대되었고, 完완 이라는 한자는 작은 성취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빠지는 것 없이 플랜 전체를 달성하겠다는 결심으로 매일 볼 수 있는 위치에 계획서를 배치한다.
PC 바탕화면
같은 행에는 동일 주제로 누적하면서 기록
되도록이면, 전 월에 달성했던 목표 리스트와 이번 달 세팅한 목표를 같이 노출하려한다.
예를 들어 6월에 티스토리 포스팅 누적 60개 달성했다면, 7월 같은 행엔 티스토리 포스팅 누적 90개 달성 이라고 기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목표를 꾸준히 이어가며 쌓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시각적으로 자극이 되었다.
해당 월의 미션만 나열하면 목표 갯수도 괜히 많아보이고 시간이 갈수록 쉽게 초심을 잃은 적이 많았다.
전 월 달성 현황만 더 추가한 것뿐인데도 동기부여 측면에서 꽤 효과가 있어 다행히 현재까지도 잘 이어가고 있다.
완전한 회복이 아닐지라도
무기력은 참 끈질기게 달라붙기 때문에 완벽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내게 하는 질문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 때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그럴까', '그 때 왜 말하지 못했을까'라는 식의 도돌이표 의문문은 많이 줄고
대신, '오늘 이건 꼭 해보자''내일은 뭐 부터 해볼까'라는 식으로 자기와의 대화법이 차츰 변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벌써 8월....이제 막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5개의 실행 계획서를 작성하고 나면 2020년도 마무리가 되다니...매번 시간의 속도에 놀란다.
2020년도 12월의 내 실행계획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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